2011년, 무슨 일이 있었어요?
2011년 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임산부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조사 결과 가습기에 넣어 쓰는 살균제 속 화학물질(PHMG, PGH 등)이 원인으로 밝혀졌어요. 이 물질이 미세한 수증기를 타고 폐 속 깊숙이 들어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힌 거예요.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해요. 정부에 공식 신고한 피해자만 7,800여 명, 사망자는 1,800명이 넘어요. 하지만 실제 피해자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요. '가습기에 넣으면 깨끗해진다'는 광고를 믿고 썼을 뿐인데, 가족을 잃거나 평생 폐 질환을 안게 된 거예요.
왜 15년이나 지나서야 '참사'로 인정됐어요?
사건 직후부터 피해자들은 국가 책임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오랫동안 '제조사 책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어요. 2017년에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처음 만들어졌지만, 이마저도 피해자가 직접 인과관계(=살균제 때문에 아프다는 것)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였어요.
문제는 증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10년 넘게 지나면서 의료 기록이 사라지고, 어떤 제품을 얼마나 썼는지 기억하기도 어렵잖아요. 결국 신고한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구제를 받지 못했어요. 이번에 '참사'로 규정한 건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에요.
이번 법 개정으로 뭐가 달라졌어요?
가장 큰 변화는 세 가지예요. 첫째,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법적으로 '참사'로 규정됐어요. 단순한 '피해'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참사'라는 거예요.
둘째, 피해구제위원회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에서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격상됐어요. 부처 산하 위원회는 권한이 제한적이지만, 국무총리 소속이면 여러 부처를 아울러 더 빠르고 강력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셋째, 입증 책임이 뒤바뀌었어요. 이전에는 피해자가 '살균제 때문에 아프다'고 증명해야 했지만, 이제는 국가가 '살균제와 관련 없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해야 해요. 피해자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변화예요.
피해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요?
15년간 싸워온 피해자들에게는 '국가가 드디어 잘못을 인정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커요. 그동안 많은 피해자들이 '왜 우리가 증명해야 하나',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라며 분통을 터뜨려왔거든요.
실질적으로도 구제 범위가 크게 넓어져요. 기존에 탈락한 피해자들도 다시 심사를 받을 수 있고, 배상 금액도 현실화될 전망이에요. 특히 사망자 유가족이나 중증 피해자의 장기 치료비 지원이 강화되는 부분이 주목돼요.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가 출범해요. 이후 기존에 구제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재심사가 진행되고, 새로운 배상 기준도 마련돼요.
다만 과제도 남아있어요. 배상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 판 기업들의 추가 책임은 어떻게 물을지 등은 후속 논의가 필요해요. 피해자 단체에서는 '법 통과는 시작일 뿐, 실질적 배상이 이뤄져야 진정한 해결'이라고 말하고 있어요.